온라인 게임에서 같은 팀이 된 상대방의 플레이에 격하게 반응한 의뢰인이 채팅창에 욕설을 입력했습니다. 메시지에 성과 관련된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게임 중 분노 표출이지 성적 욕망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이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이상,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내는 것은 단순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완전히 다시 구성해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통매음이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 목적의 부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세 가지 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① 두 사람의 관계와 익명성 — 의뢰인과 상대방은 게임 플랫폼에서 처음 만난 완전한 익명 관계였습니다. 상대방의 성별과 나이는커녕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성적 욕망이 개입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모르는 게임 상대에게 성적 욕망을 품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② 발화의 동기와 맥락 — 문제의 메시지는 게임 상황에서 상대방의 비매너 플레이에 분노한 의뢰인이 조롱과 모욕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성적인 대화나 농담이 오간 적이 전혀 없었고, 발언의 전후 맥락은 순수한 게임 내 갈등이었습니다. 한국어 욕설에 성적 표현이 관용적으로 포함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곧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③ 성적 욕망 목적과 분노 표출의 구별 — 동일한 표현이라도 발화 목적이 다르면 법적 판단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통쾌함을 얻으려는 목적과 성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은 명백히 구별됩니다. 이 구별을 판례와 법리로 정밀하게 논증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를 종합할 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였습니다. 욕설에 성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통매음이 자동 성립하지 않습니다. 1심 유죄에서 항소심 무죄로 뒤집은 것은,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맥락 전체를 재구성한 결과였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받는 것은 재판이 끝났다는 의미 이상입니다. 의뢰인의 이름 앞에 붙은 피고인이라는 호칭이 사라지고,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 제한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증거와 법리로 싸울 때 무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법적 결과는 사건의 사실관계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고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사건은 변론의 방향과 깊이가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피해자가 혼자 협상하면 가해자 측이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대리인이 개입하는 순간 협상의 구도 자체가 바뀌고, 가해자 측이 피해의 실제 무게와 법적 리스크를 인식하게 됩니다. 합의서에 접근금지, 비밀유지, 위약벌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합의금보다 더 오래 의뢰인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피해자 대리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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