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의뢰인이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잠든 승객을 깨우는 과정에서 손이 잠시 닿았을 뿐이었는데, 고소인은 이를 추행으로 신고하였습니다. 사건을 맡은 다른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성범죄는 무혐의 받기 어렵다, 합의금 주고 기소유예로 끝내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혐의없음'이 목표였습니다.
'합의를 권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것'이 오히려 이 사건의 돌파구가 되었습니다. 다들 포기하고 합의로 가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혐의없음을 다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①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 탄핵 — 현장에서의 최초 진술과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사이에 신체 부위와 접촉 방식에 관한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진술이 번복된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이 번복이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훼손하는지를 법리적으로 구성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면 사건의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② 블랙박스 부재의 역이용 —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날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블랙박스가 있는 차량에서 추행을 시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이 점을 역으로 활용해 추행 고의가 없었다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③ 구조적 상황 분석 — 당시 차량 내부의 상황, 의뢰인의 위치, 승객을 깨우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를 재구성하여 추행의 고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다는 점을 서면으로 정리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송치(범죄인정안됨)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른 변호사들이 모두 합의를 권하던 사건에서, 혐의없음을 목표로 일관되게 밀어붙인 전략이 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기소유예를 받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변호사가 합의를 권하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무혐의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한 사건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의뢰인의 의지를 전략으로 연결한 것이 이 불송치를 만들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된다는 것은 재판, 선고,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모두를 피한다는 의미입니다. 형사사건에서 초기 대응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 사건이 다시 보여줍니다. 고소를 받은 그 순간부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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